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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전도서 12장 : 결론

by R.H. 2018. 6. 12.



12장 : 결론은 다 헛되다...



할 말은 다 하였다. 결론은 이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여라. 그분이 주신 계명을 지켜라. 이것이 바로 사람이 해야 할 의무다." 하나님은 모든 행위를 심판하신다.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모든 은밀한 일을 다 심판하신다.<새번역 전도서 12장 13절~14절>



'뭐 됐고, 다 헛되다' 가 사실 전도서의 결론인데, 이걸로 결론을 내면 너무 이상하니, 마지막에 신을 두려워하고 계명을 지키라,고 하나 마나한 말로 마무리한다. 



전도사 총감상평



구약 성경 중에 맘에 안 드는 내용도 많고, 동의 안 하는 내용도 많고, 이상한 이야기도 많고, 성스럽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성경이라는 책으로 묶여 정리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내가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옳지 않다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성경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살인, 폭력, 권모술수 등등에 딱히 별 감정이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진짜 일들이니까. 세상이 블링블링한 동화 같은 이야기처럼 전개되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에겐 잔혹 동화가 필요하다.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이야기들이 벌어질 가능성들을 짚어보는 거니까.. 



시편의 그 많은 저주시들도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한다. 개중에는 시편의 저주시들이 성경에 실리기 부적절하다며 불편하다고 하는데.. 글쎄 얼마나 꽃길만 걸으며 사셨기에..  나는 시편의 저주시들에서 오히려 쾌감이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구약에서 가장 혐오하는 인물인 다윗이 시편의 8할을 썼지만, 그 시들 특히 저주시들을 읽을 때면, 흡족하다. 희노애락.. 그 굴곡진 감정들을 감추지 않는 그 솔직성도 좋다.  여튼 시편은 가르침, 전도, 강의가 아니다. 가치 판단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시다. 문학이다. 그래서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전도서는 혐오스럽다. 전도서는 폐기 돼야 하는 해로운 글이다. 훈계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옳지 않은 내용을 훈계하기 때문이다. 전도(傳道 )하는 책이다. 그렇다, 도를 전하는 책, 가르치는 책, 훈계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전도자가 가르치는 도는 무엇인가. 허무주의와 패배주의, 그리고 순응주의다. 이것은 악인의 훈계다. 욥기 초반에 등장했던 쿨한 현실주의자 사탄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욥기 결말에 신이 그 사탄한테 ‘니가 틀렸네' 라며 한마디 해 줄 법도 한데, 사탄은 욥기 초반 이후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과연 그 사탄은 사라졌을까.. 



'세상 만사 다 허무하다, 니가 뭘 어쩌겠다고 애를 쓴다 해서 나아질 거 하나 없다. 쓸 데 없이 세상 바꾸겠다는 욕심 부리지 말고 손에 가진 거나 지키면서 살아라. 법과 정의가 짓밟히는 걸 봐도 눈 감아라. 윗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니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후세의 더 나은 세상? 너 죽으면 끝이다. 그냥 즐겁게 살아라. 먹고 마시고 아내와 즐겨라. 근데 입조심 해라. 왕에게 복종하고, 왕을 비판할 생각은 꿈에서도 하지 마라. 너무 착하게 살면 뭐 하나, 그렇다고 너무 나쁘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적당히 살아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한가. 다시 말한다. 혓바닥 함부로 놀리지 마라.'



이게 전도자의 가르침이다. 신약에 등장할 예수의 삶을 조롱하는 글이다. 예수를 시험에 들게 한 그 사탄이 했던 말과 결이 같다. 이 전도서 과연 누가 썼을까. 이 역겨운 글을 과연 누가 썼을까...그 쿨한 현실주의자, 냉소주의자가 쓸쩍 끼워 넣은 권이 바로 전도서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