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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

더 재킷 (The Jacket, 2005)

by R.H. 2011. 1. 27.

 

<스포일러 주의>


인간은 누구나 시간여행을 상상한다. 과거로 돌아가 삐긋한 부분을 수정하고 싶고, 미래로 날아가 대박 정보를 빼오고 싶다. 이렇게 우리가 시간여행을 꿈꾸는 것은 더 나은, 더 안락한, 더 행복한 '현재' 를 원한다는 뜻이다. '시간여행' 이라는 단언의 뒷면에는 인간의 '이기심' 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 '이타심', 즉 누군가의 더 나은 '미래' 를 이야기한다.


시간여행을 통해 자신이 3일 뒤에 죽을 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까. 지금 내가 죽게 생겼는데, 어디사는 누군지도 모르는 한 어린이의 미래를 염려하겠는가. 어떻게든 살아볼려고, 죽음을 막아보려고 발버둥칠 것이다. 헌데, 잭 스탁스는 시간여행이라는 엄청난 찬스를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


그가 지구멸망을 막거나 인류번영을 위한다거나 하는 등의 거대한 일을 한 건 아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찬스를 소소한데 써버렸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위대하다. 인류구원이라는 명분으로 희생하는 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설지도 모른다. 인간에게는 분명 영웅심리라는 게 있으니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 가족, 친구도 아닌 그저 스쳐지나간 한 소녀의 미래를 위해 나의 현재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행동을 한다고 역사에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용감한 시민상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의 희생은 순수하고도 위대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닌 나 역시도 절대 이런 희생은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아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어떻게든 더 살아보려고 별 짓을 다하는 추잡을 떨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