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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고전

해가 (海歌)

by R.H. 2009. 12. 6.


해가 [海歌]


龜乎龜乎出水路 [구호구호출수로]
掠人婦女罪何極 [약인부녀죄하극]
汝若悖逆不出獻 [여약패역불출헌]
入網捕掠燔之喫 [입망포략번지끽]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어라.
남의 아내를 앗은 죄 얼마나 크냐.
네 만약 어기어 내 놓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잡아 구워 먹으리


<헌화가> 이야기 이틀 뒤, 순정공과 수로부인 일행은 임해정(臨海亭) 에서 이른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 용이 수로부인을 바닷속으로 납치해간다. 이에 순정공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는데... 이때 한 노인이 “옛날 사람 말에 뭇사람 말은 쇠 같은 물건도 녹인다 했으니 이제 바닷속의 짐승(龍)이 어찌 뭇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마땅히 경내(境內)의 백성을 모아야 합니다.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기로써 언덕을 치면 부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고 하였다. 이 노인의 말을 그대로 하니 용이 부인을 내보내었다고 한다.

"용" 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를 상징한다. 용상, 용포 등등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따라서 위의 사건은 권력자가 아래 사람의 마누라를 뺏은 거다. 성경에서 다윗 왕이 부하 장수의 아내를 빼앗은 것처럼...

"노인" 은 지혜로운 자를 의미한다. 이제 이 영리한 자의 전략을 다시 보자.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 는 말은 여론의 무서움을 말하고, "백성을 모아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이라는 말은 대중들을 모아 구호를 외치며 손에 무기(막대기)를 들고 행진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말로 하면, 대중 집회, 시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위현장에서 외치는 구호가 바로 해가 (海歌) 이다.

"네 만약 어기어 내 놓지 않으면, 그물을 넣어 잡아 구워 먹으리"
 
해가의 마지막 말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자신들(백성)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물에 넣어 구워 먹겠다고 한다. 그물에 넣는다함은 포박하겠다는 것이고(요즘말로 구속, 체포) 구워 먹겠다는 것은 "네 놈을 죽이겠다." 라는 말이다. 언덕을 막대기로 치며 섬뜩한 구호를 외치는 백성들... 제아무리 용왕(권력자)이라 해도 겁을 먹을 수 밖에...

남의 유부녀를 빼앗을 정도의 인간이면, 파렴치한 인간이다. 윤리의식도 없는 사기꾼과 같은 권력자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권력자도 이처럼 여론은 엄청 무서워한다.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가 아닌 고착된 계급이 있는 시대의 권력자도 여론은 두려워했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헌데, 2009년 지금 우리는 역사적 철면피를 경험하고 있다. 뭐, 그렇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