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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프리즈너

프리즈너 (The Prisoner) Ep2. Harmony : 조작된 기억

by R.H. 2010. 4. 22.



<주의 스포일러>

사람을 일렬로 죽 세워놓고 문장 하나를 귓속말로 뒷 사람에게 전달하는 레크레이션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의 재미는 문장이 마지막 사람에게 전달되면 의미가 완전 다른 문장이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바로 우리의 기억이라는 게 부실하기 때문이다. 앞 사람에게 들은 문장에서 몇몇 단어만을 선별적으로 기억한 뒤, 자기 식으로 새로운 문장을 구성해서 뒤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몇 번 일어나면, 최초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문장이 튀어나와 버리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이라는 게 이 모양 이 꼴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확신하곤 한다. 이번 에피소드는 바로 이런 부실하고도 의심스러운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기는 한 것인가.. 아니, 우리의 기억이라는 게 통째로 조작된 것이라면.. 이런 의심에 대한 이야기다.


6 는 이 마을 사람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 마을은 가짜이고, 저 너머에 진짜 세상이 있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이 마을의 통치자 넘버 2 에게 감히 목 빳빳하게 굴고, 건방지게도 마을 시스템에 복종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을에 분란을 가져오는 불순분자다.

그래서 넘버 2 는 꾀를 낸다. 6 에게 조작된 어린 시절의 기억을 주입해서 6 에게 가족이라는 걸 만들어 준다. 가족은 사람을 체제에 순응하게 만든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가족이다. 불한당들이 “네 아들 어느 학교 다니는지 알거든.”  이라며  협박전화를 하거나, 수사 당국이 피의자의 가족을 들쑤시며 흔들어대면, 제 아무리 강건한 사람이라도 쉽게 무너지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다. 결혼은 엄연히 사회 제도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애를 많이 나으라느니 말라느니 하면서 간섭을 해댄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단위는 사회 시스템 유지에 중요하다. 그래서 마을을 통치하는 넘버 2는 마을 부적응자 6 를 빌리지에 정착시키기 위해 그의 기억을 조작하고, 가족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고 마을에 적응하지 못하고 반발만 해대던 6 는 가족이 생기면서 조금씩 변한다. 가족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하고, 같이 여행도 간다. 가짜 가족을 진짜 가족으로 믿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전개가 안 될 터.. 주인공 6 가 그를 형이라고 믿는 순간, 그 형은 말한다. "난 니 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