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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프리즈너

프리즈너 (The Prisoner) Ep1. Arrival : 사람을 숫자로 부르는 마을

by R.H. 2010. 4. 21.



<스포일러 주의>
 

사람을 숫자로 부르는 괴상 망측한 마을.. 사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과장된 모습이다. 우리 역시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번호가 부여되고, 번호로 불리기 시작한다. "23번 일어나서 해석해봐." "1번부터 10번까지 이번 주 청소".. 그리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 역시 이런 방식에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다. 숫자로 학생을 부르는 게 선생들은 편하니까 그래왔고, 학생들은 늘상 그렇게 불려왔으니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람을 숫자로 부르는 이런 모습을 어떤 외부인이 관찰한다면, 얼마나 희한해 보일까? 바로 그 외부인이 주인공 “6” 다. 그는 자신은 6 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신은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외친다. "나는 자유인이다.!!"

 
학교는 우리가 경험하는 첫 사회 시스템이다. 여기서 우리는 번호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주민 번호라는 걸 부여 받는다. 이 번호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금융, 공공 서비스 이용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일개 인터넷 포탈 사이트 가입에도 필요한 번호다.
 

사람을 숫자로 부른다는 건 사람을 분류와 관리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즉,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인격적인 존재로 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학번, 민번을 부여하는 것은 관리하는 사람의 편리를 위해서다.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개성을 지울 것을 강요 받는다.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간접적으로..
 

학교에서 우리는 똑같이 생긴 교복이라는 걸 입고, 그 안에서 튀는 행동은 다양한 방법으로 제재 받는다. 교칙이라는 방식으로, 왕따라는 이름으로.. 군대는 말할 것도 없으며, 사회 역시 복잡한 방식의 각종 규칙들로 우리를 얽매고, 관리하고, 감시한다.


사회 속에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다수의 사람들과 비슷한 스타일, 비슷한 생각,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한다. 여기서 좀 많이 튄다 싶으면, 순식간에 사회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다. 사람들은 얼마나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그래서 항상 주위 시선을 의식한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여지길 원한는 것이다.


이 모든 몰개성의 시작은 바로 인간을 "숫자" 로 부르기 시작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여튼, 이 이상한 마을에 자신은 자유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자유를 외치고, 이 곳은 허상이며, 저 너머에 진짜 세상이 있다고 주장한다. 마을 사람들 눈에는 이상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남자야말로 정상인이다. 그리고 사람을 숫자로 부르는 마을 시스템을 당연시 하는 이 곳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빠져 나와 주변을 한 번 보자.
"우리의 시스템은 위험하다. 이 세상은 매트릭스다.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각성해야 한다." 라고, 누군가 주장다면, 우리는 과연 그 사람을 정상인으로 볼까? 미친 사람으로 볼까? 드라마 속 주인공이 우리 옆에 있다면, 우리 역시 빌리지 사람들처럼, 그를 사회 부적응자 취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