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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리뷰

유나의 거리(2014)-서민 환타지

by R.H. 2016. 1. 17.





3류 조폭과 룸싸롱 출신인 주인집 부부, 누나한테 빈대붙어 사는 무능력한 인간, 꽃뱀과 소매치기, 야반도주한 불륜 남녀, 전직 주먹인 독거노인이 모여사는 집에 어느 바른 생활 사나이가 이사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문제 많은, 흠집 투성이인 인간들이 모여 살건만, 어째 이들이 사는 모습은 그럭저럭 아름답다. 서로 아웅다웅, 티격태격, 꿍시렁꿍시렁 거리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기고 도와주고 보듬어주면서 살아간다. 


근데 이게 말이 되는가? 소매치기들이 의리를 지키고, 밑바닥 인생에서 건져내기 위해 건전한 일자리로 이끌어가고, 딸 버리고 나간 엄마가 딸과 상봉하여 서로를 보듬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야기는 현실에 없다. 가족 하나 없는 독거노인이 치매에 걸렸다 해서 마음 아파하고, 다함께 요양원에 문병가는 이웃 주민은 없다. 이웃 주민은 커녕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도 월세나 주고받을 때 얼굴 볼까 말까 하는 세상에서 말이다.


서로 등쳐먹고, 돈 몇 푼에 쌍욕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누구 하나 거들떠 보는 사람 없는 독거 노인. 이게 현실이다. 딸 버린 엄마는 딸 만나길 거부하고, 독거 노인은 쓸쓸한 죽음을 홀로 맞이하는 게 현실인 것이다. 꽃뱀이 개 한마리가 전재산인 남자와 장난삼아 몇 번 만날 수는 있겠지만, 진심을 가지고 연애 하는 일 따위는 없다. 무엇보다 사람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바른 생활 사나이 한 명이 이 문제적 인간들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일은 없는 것이다. 


이건 정말 환타지인 것이다. 신데렐라 스토리보다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환타지인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투성인데, 이 드라마에 끌려들어간다. 스토리도 깜짝 놀랄만한 것도 없건만, 계속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왜? 말이 안되니까. 세상은 이렇지 않으니까. 그리고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으니까. 정말 이랬으면 좋겠으니까. 세상 사람들이 이 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서로를 위하고 다독이고 아끼면서 살았으면 하니까.. 


50부를 다 보고 나니, 마음이 휑하다. 해피엔딩인데도 심지어 눈물까지 나려 한다. 

이 드라마 속 인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 이 드라마가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