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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욥기를 들어가기에 앞서...

by R.H. 2018. 5. 11.



1. 욥기에 대한 편견 : 믿음으로 회복되는 부와 건강... 아님. 욥은 하늘을 원망함.



일단 욥기는 성경 66권 중에 어려운 축에 속하는 책이다. 서사와 캐릭터가 있는 역사서가 아닌, 인간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다분히 철학적이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이야기 자체는 매우 심플하다. 의로운 욥이 가진 것을 모두 잃어도 그 믿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여 결국에는 복을 받아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교회에서 일찍부터 어린이들에게 욥기를 가르친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나 때는 하여튼 그랬다. 



그런데 내용 자체가 틀렸다. 욥은 모든 것을 잃고, 신을 끝없이 원망하고, 생명을 부정한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을 텐데... 끝없는 허무와 우울에 시달리며, 생명을 부정하고, 자살을 희망한다. 욥은 자신의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지도 않았고, 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지 않았다. 신에게 도대체 왜!!! 라며 원망하고 절규하며 의심했다. 무엇보다 인내와 믿음으로 회복되는 부와 건강.. 이라는 가르침은 매우 위험하다. 전형적인 기복신앙, 복종의 신앙을 가르치는 것이다. 기복 신앙은 우상숭배와 매한가지다. 무언가를 바라고 행하는 믿음, 선행, 인내가 과연 선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2. 논쟁과 토론



믿음으로 회복되는 부와 건강이 아니라면, 욥기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가. 욥기는 논쟁과 토론을 기록한 책이다. 왜 아무 죄 없는 사람이 고통을 겪는가.. 왜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이 전쟁과 기아, 재난을 당하는가.. 왜 인간은 이런 재앙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가.. 도대체 신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에 대한 논쟁과 토론이다. 말이 논쟁과 토론이지, 욥과 세 친구+1 간의 개싸움 수준이다. 욕만 안 했다뿐, 막말과 비아냥이 넘쳐 난다. 간단히 말하면, 욥의 친구들은 인과응보론으로 욥의 고통을 말하고, 욥은 이 논리를 거부한다. 



죄를 지으면 벌(고통)을 받는다. 참 좋은 말 같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너무 위험한 말이다. 고통을 받는 사람은 모두 죄를 지었다는 논리가 되어버리니까.. 전쟁과 기아, 재앙과 사고에 고통 받는 아무 죄 없는 사람들을 싸그리 죄인 취급해버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신은 맨 마지막에 등장해서 욥이 맞다고 손들어준다. KO 승은 아니고, 판정승. 이건 그때 가서 얘기하기로 하고..



3. 사탄


욥기에서 사탄이 처음 등장한다.. 구약에서 사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역대상이 처음인데, 역대상의 사탄은 추상적 개념이다. (사탄이 이스라엘을 치려고 일어나서, 다윗을 부추겨, 이스라엘의 인구를 조사하게 하였다. -역대상 21:1) 그냥 못된 마음을 표현한 것. 그런데 욥기에서는 실체적으로서 사탄이 등장한다. 따라서 구약에서 사탄이 실체로서 처음 등장한 것은 욥기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욥기에서의 사탄을 악이나, 악마라고 볼 수는 없다. 삐딱한 현실주의자 느낌이다. 사탄이 악 그 자체였다면, 신이 사탄과 말을 부드럽게 섞을 이유도 없고, 사탄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도 없을 테니까.



4. 문체



스토리와 캐릭터 중심의 앞선 역사서들과 달리, 인간은 왜 고통을 겪는가 라는 문제를 다루는 욥기는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이다. 그래서 한글 성경 번역본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내용을 완전 다르게 번역한 부분도 있지만, 해석이 같아도 문체가 달라지면서 완전 다른 책이 되어버린다. 문학적 느낌은 개역개정이 훨씬 풍부하지만, 문체 때문에 완전한 오역이 돼 버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 (욥기 8:7) 너무 멋진 표현인데, 전체적인 맥락에서 못 돼 쳐먹은 말임. 이것도 나중에 얘기하기로..



5. 다시 말하지만, 욥기는 어려운 책. 10년 뒤에 다시 욥기를 읽는다면... 그 땐 또 다른 해석을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