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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5시즌 마지막회 (2) : 잭이 진정 원하는 것은?

by R.H. 2010. 1. 22.


잭은 수소폭탄을 터트리면, 오세아닉 815기가 섬에 추락하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있었던 섬에서의 모든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핵폭탄을 터트리는 게 비행기 추락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는 정확히 모른다. 잭은 패러데이의 가설 하나만을 믿고, 이 엄청난 일을 하려 한다. 잭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게 맞을 것 같다는 본인만의 느낌으로 폭탄 메고 뛰어다니는 거다.

그리고 이런 잭에게 동의하는 사람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마일즈는 잭이 폭탄을 터트려서 이 모든 게 일어난 것 일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잭의 지금 행동이 오히려 문제의 근원일 수도 있다. 케이트는 자신들의 과거(섬에서의 생활)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굳이 과거를 지울 필요가 있냐는 투다.

과연 잭이 핵폭탄을 터트리는 게 옳은 일일까? 케이트의 말처럼 언제부터 핵폭탄을 터트리고, 어린 아이(어린 벤) 를 죽이는 게 괜찮아 진 걸까? 도대체 그렇게까지 해서 시간을 되돌려 얻는 게 무엇일까? 애런에게 엄마를 찾아 준다고? 당시 클레어는 애런을 입양 보내려고 그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잭은 아버지와 불화를 일으키고, 떠난 마누라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케이트는 수갑을 차고 있었고, 소이어는 사기 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선화와 진수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암에 걸린 로즈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잭이 과거와 미래를 손봐서 얻을 게 없는 것이다. 잭만이 아니라, 오세아닉 815에 탔던 사람들이 섬에 추락하지 않고, L.A. 에 도착한다 해서 더 나은 삶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진수가 이러고 다닌다면, 이해라도 간다. 선화를 다시 만날 기회를 잡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잭이 이러고 다니는 건 정말 이유가 없다. 독선과 아집일 뿐이다.

이처럼 고집스런 잭을 말리기 위해 소이어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해 준다. 사기꾼에게 재산을 빼앗긴 엄마를 죽이고 자살한 아버지.. 그리고 이를 침대 밑에서 바라본 자신의 어린 시절... 이 사건은 소이어의 평생을 괴롭힌 고통이었다.

그리고 말한다. 이 사건이 바로 작년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신이 원한다면, 섬 밖으로 잠수함을 타고 나가 이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도 있었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What's done is done."

소이어는 더 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를 염려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잭이 수소폭탄을 터트려 미래를 바꾸려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소이어는 현재만을 원한다. 줄리엣과 함께하는 현재만을...

잭이 수소폭탄을 터트리려는 이유는 운명의 부름 때문도 아니고,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잭은 과거를 후회하고,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운명이 그를 부른 것이 아니라, 그가 운명(과거) 속에서 헤어나질 못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잭은 어질러진 과거는 그냥 흘려 보내라는 소이어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이어 :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건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이지. 잭, 네가 원하는 게 뭐야?"
"What I do understand is a man does what he does, cause he wants something fot himself. What do you wnat, jack?"
잭 : "I had her, and lost her."

그가 잃어버린 것은(Lost) 바로 케이트다. 잭이 이렇게 고집 부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핵폭탄을 들고 뛰어다니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그가 케이트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Lost) 누군가를 잃어버릴 때, 우리는 이해 못할 미친 짓을 한다. 살인 사건의 상당 비율이 치정에 얽힌 것이라는 것만 봐도 우리가 누군가를 잃어버릴 때 얼마나 미치광이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잭은 세상을 바꾸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트를 원하는 것이다. 소이어의 말처럼, 케이트는 바로 지척거리에 있다. 그녀를 원하면 가서 함께하자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잭은 "이미 늦었다." 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말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lost) 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found) 은 무엇일까? 종교, 철학, 운명, 미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메시아... 이런 거창한 것들일까? 우리가 원하는 것 역시도 단 한 사람(one) 이다. 그리고 바로 그 한 사람이 우리 각자의 구원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