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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리뷰13

시그널(2016)-과거가 우리를 부른다 "사람은 과거에 의해, 과거에 의지하여 과거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삶에 있어서 뒤가 없는 앞이란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과거가 없는 인간은 늘 실종상태임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의 비의와 신성은 과거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한시 바삐 과거를 복원해야 한다. 매일매일 모래 위에 시간의 집을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과거의 사건들. 그 안에는 약자들의 고통과 억울함이 있다. 그들은 시간 속에서 늘 실종상태다. 그래서 그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그 시그널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듣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가진 역사의 강자들은 상처에 민감하지 않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 2016. 3. 24.
유나의 거리(2014)-서민 환타지 3류 조폭과 룸싸롱 출신인 주인집 부부, 누나한테 빈대붙어 사는 무능력한 인간, 꽃뱀과 소매치기, 야반도주한 불륜 남녀, 전직 주먹인 독거노인이 모여사는 집에 어느 바른 생활 사나이가 이사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문제 많은, 흠집 투성이인 인간들이 모여 살건만, 어째 이들이 사는 모습은 그럭저럭 아름답다. 서로 아웅다웅, 티격태격, 꿍시렁꿍시렁 거리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기고 도와주고 보듬어주면서 살아간다. 근데 이게 말이 되는가? 소매치기들이 의리를 지키고, 밑바닥 인생에서 건져내기 위해 건전한 일자리로 이끌어가고, 딸 버리고 나간 엄마가 딸과 상봉하여 서로를 보듬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야기는 현실에 없다. 가족 하나 없는 독거노인이 치매에 걸렸다 해서 마음 아파하고, 다함께 요양원에 문병가는 이.. 2016. 1. 17.
모래시계 9화까지 본 후, 간단 감상평 상징, 은유, 복선 등을 제대로 사용하는 이야기가 정교한 변화구라면, 일명 막장 드라마는 폭투이다. 혹은 데드볼이거나.. 그래서 막장 드라마는 흥미를 끌고 인기가 높다. 경기장에서 데드볼은 난투극을 몰고오고, 이런 난투극은 경기 그 자체보다 흥미진진한 법이니까. 그런데 모래시계는 직구같은 느낌이다. 그것도 가운데 팍팍 꽂아 넣어서 공 3개만으로 삼진 아웃 시켜버리는 통쾌한 직구. 불의한 시대를 말하려고 하긴 하는데, 주저주저하는 그런 이야기들, 그러니까 손톱 물어뜯으면서 주변부만 맴돌다 할 말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끝내는 매가리 없는 이야기들을 보면, 좀 깝깝한 감이 있는데, 모래시계는 시원한 느낌. 2011. 5. 24.
프레지던트 7회, 8회 : 반칙에는 반칙으로 장일준이 난관을 뚫고 나가는 방법이 매번 인간적인 면모, 진정성 이라면 드라마가 밋밋할테고.. 이제 7,8 회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대통령은 김경문을 노골적으로 지지한다. 대통령 자신을 밟고 가도 좋다는 파격적인 허가도 주고, 자금 지원도 약속하고, 심지어는 획기적인 공약까지 넘겨준다. 반면에 장일준에게는 경선 사퇴를 종용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미는 것은 불법이다. 한마디로 김경문 캠프는 반칙을 하고 있다. 자, 상대가 심판을 등에 업고 반칙을 하고 있다면, 이제 게임을 어떻게 해야할까? 에이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라며 게임을 관둬야 할까. 아니면 뻔히 당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당하고 있어야 할까.. 여태까지 그 판이 돌아간 방식은 이런 식이었다. 판을 더럽게 만들.. 2011. 1. 11.
프레지던트 : 박을섭 박을섭은 수준 이하의 후보다. 막말은 기본이다. 본인은 그게 유머러스하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언쟁에서 좀 밀린다 싶으면 상대방에게 "저게 미쳤나." 라는 식의 시정잡배스런 말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여자 몸매 평가 같은 저질 발언도 빼놓지 않고 한다. 그는 자신이 '없이 살았다' 고 자주 말한다. 하지만 이는 겸손 멘트가 아니다. 자수성가했다는 걸 과시하는 것 뿐이다. 한마디로 그는 천박하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후보에 올랐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박을섭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그래, 저렇게 천박한 인물이 어찌어찌해서 영리한 보좌관들을 거느리고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는 거다. 대세론을 얻고, 과거의 수많은 전과들을 말도 안 되게 덮어 버리는 거다. 오해.. 2011. 1. 10.
프레지던트 5회, 6회 : 닳고 닳은 인간을 상대하는 법 대통령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경문과 달리 장일준은 날개, 즉 조직이 없다. 그는 당의 실세인 고대표라는 날개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조직을 가진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 적어도 그 세계에서는 말이다. 문제는 장일준이 상대에게 줄 것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가 가진 것은 처가의 돈 뿐이다. 그리고 노련한 상대 역시 장일준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돈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지난 3,4회에서 보여줬듯이, 장일준은 검은 돈으로 은밀하게 문제를 해결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고 끝에 장일준은 조소희가 준비해준 돈가방을 들고 나선다. 민기 그리고 시청자의 장일준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 멈추는 걸까.. 대충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이것은 함정이었다. 장일준은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2011. 1. 10.
프레지던트 3회, 4회 : 정면돌파 장일준은 아들 성민이의 성급함으로 인해 위기로 몰린다. 이때 그의 아내 조소희가 돈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과 달리 장일준은 정면 돌파한다. 그는 김경모를 직접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너무 무모하고 위험한 방식었다. 아들의 장래를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는 것은 개인사라 치고.. 정치인 장일준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드러내는 사람을 솔직하다고 말하기보다는, 그의 흠집만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인인 경우는 더하다. '그럼 그렇지. 니가 그렇게 더러운 인간이지. 네 집 식구 단속도 못 하는 놈이 무슨 대통령?'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그의 반성을 인간적이라 평가하기는 커녕, 그 작은 흠집을 어마어마하게 부풀리고 싶어 안달인 것.. 2011. 1. 9.
프레지던트 2회 일단 출생의 비밀이라는 뻔한 설정으로 시청자를 잡아둘 생각은 애초에 없다. 내가 니 애비다, 이후에 벌어지는 뻔하디 뻔한 신파는 더더욱 없다. 과거의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눈물의 호소도 없다. 아니, 되려 장일준은 민기에게 매정하기 그지없다. 민기 엄마는 착하지만 영리한 여자는 아니라는 둥, 갈길이 서로 달랐다는 둥.. 옛사랑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온 여자를 어리석은 사람 취급해버린다. 장일준이 민기에게 '넌 내게 남겨진 빚' 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그가 민기를 아들로 대하는 게 맞기는 한지 고개가 갸우뚱 거려질 정도다. 이는 민기가 카메라에 담아내는 장일준의 모습을 부자 간의 온정주의로 미화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온정주의는 커녕 의심과 애증의 눈으로 장일준이라는 인간을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동.. 2011. 1. 9.
프레지던트 1회 유민기 PD의 독백처럼 우리는 장일준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그 판에 뛰어든 그가 가진 것이 애국심인지 욕망인지 권력의지인지.. 왜 그가 그 험한 길을 가려하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는 정말 어떤 인간일까? 왜 최고 권력자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아니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대게 드라마 첫 회에 캐릭터들의 선악 구분은 정확하게 나눠진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악인에게 동정을 부여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악인은 악인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첫회에 선善 으로 묘사된다. 물론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외곩수이지만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인간, 까칠하기 그지없는 싸가지이지만 내면에 상처가 숨겨져 있는 인간. 뭐 대충 이런 식이다. 한마디로 시청자는 주인공에 대해.. 2011. 1. 8.
네 멋대로 해라 :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청춘. 뜨거운 여름 태양빛 처럼 강렬하고 화려한 젊음. 수많은 청춘 드라마들은 이 화사한 젊음을 뽀사시한 꿈과 낭만으로 포장하고, 오토바이 따위로 잔뜩 폼을 잡는다. 그런데 네멋은 좀 다르다. 청춘의 이야기답게 생동감 넘치다가도 순식간에 우울해지고, 폼 좀 잡나 싶다가도 금새 구질구질해지고.. 무엇보다도 파릇파릇한 청춘이 회색빛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울고, 짜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건 아니다. 네멋은 무거운 이야기를 농담처럼 툭툭 내뱉는 희한한 방식을 구사한다. 하지만 그 농담들이 결코 가벼운 건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조울증스런 드라마되기 딱이건만.. 그런 건 또 아니다. 이런 걸 리듬이 좋다고 해야하는 건가.. 강약 템포 조절에 능하다고 해야하는 건가.. 참 희한한 일이다. ".. 2010.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