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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하 13장~18장 : 압살롬, 왕자의 난(1)

by R.H. 2017. 2. 11.



"그 후 이 일이 있으니라" -사무엘하 13장 11절-



다윗의 아들 암몬 왕자는 아름다운 이복동생 타마르한테 푹 빠진다. 어떻게 해보고 싶은데, 이게 쉽지 않다. 이걸 옆에서 본 사촌 요나답은 흉학한 방법을 하나 내고, 임몬은 올타쿠나 하고 실행한다.



암몬은 아프다며 드러눕는다. 아버지 다윗이 병문안 오자, '여동생 타마르가 빵만들어서 떠먹여 주면 좀 나을 거 같기도 하고..' 라는 되도 않는 소릴 하는데, 다윗은 '그래. 그러렴' 하며 타마르를 불러들인다. 암몬은 이렇게 자기 침상에 이복동생을 끌어들여서는 강간을 하려한다. 타마르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동시에 암몬을 달랜다. 아빠한테 말하면, 우리 둘을 여차저차 결혼시켜주실 거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암몬은 힘으로 누른다. 더 가관인 것은 그러고나서 갑자기 타마르를 미워한다. 그리고는 타마르를 내친다. 타마르는 이래놓고 날 내치면 난 어찌 되느냐며 애원하는데, 암몬은 그녀를 질질 끌어낸다. 암몬 얘는 그냥 개색히다. 



타마르는 친오빠 압살롬을 찾아가 이를 털어놓고, 흐느낀다. 압살롬은 '일단은 조용히 있어라.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며 동생을 다독이고 진정시킨다. 그리고 개색히 암논에게는 일언반구 가타부타 말하지 않는다. 그냥 넘어가려는 걸까. 아니다. 압살롬은 후에 양털 깎는 시기에 형제들이 모인 자리에서 암논을 쳐죽인다. 



압살롬은 인내할 줄 아는 인간이다. 복수심을 가지되,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다. 인내는 모욕을 당한 후 참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건 굴욕이고 비굴이다. 인내란 한큐에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여튼 그리고는 도망간다.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주저앉는데..



"요압이 왕의 마음이 압살롬에 향하는 줄 알고" -사무엘하 14장 1절-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흐른다. 부자 사이가 영원히 이렇게 데면데면 지낼 수는 없다. 다윗도 마음이 좀 풀린 것 같다. 그렇다고 왕 체면에 이걸 유야무야 넘어가며, 휙 불러들일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런 애매한 마음을 눈치챈 요압이 판을 만들어준다. 영리한 여자 연기자 한명을 섭외해서 다윗 앞에 내보낸다. 



이 여자는 하소연 한다. '남편 죽고, 아들 둘이 싸우다가 한명이 다른 한명을 죽였는데, 친척들이 살인한 아들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자기한테는 어쨌은 남은 아들이 소중한데 어떻게 이럴수 있냐' 는 것이다. 이에 다윗은 '그럼 안되지. 그 아들한테 허물두지 않게 하겠다.' 하니. 이 여인이 냉큼 말한다. '왕께서도 쫓겨난 아들을 돌아오게 하셔야겠지 않느냐, 이미 쏟아진 물, 뭐 어떻게 할 수도 없는거고, 한 번 뿐인 인생, 우리 모두 죽는 건데..' 어쩌고 저쩌고 하니, 



다윗 눈치 깐다. '바른대로 말하렸다!! 요압이 시켰지?' 여인은 이실직고 한다. '네.네. 이 애매한 상황을 타개해보려고 요압님이 시킨거임.' 다윗은 알겠다, 하고는 아들 압살롬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얼굴은 보지 않겠다고 선언. 이렇게 2년을 또 보내다가, 압살롬이 요압을 중계인 삼아 아버지와 화해를 시도한다. 근데 요압이 뜨뜨미지근하게 행동했던지, 압살롬이 요압 밭을 불질러 버린다. 이렇게 화를 버럭내니 요압이 바삐 움직이고, 아버지 다윗과 아들 압살롬은 최종적으로 얼굴 보고 화해한다.



아버지와 화해는 했지만, 앙금은 계속 남아있었을 게 뻔하고.. 도망가있던 압살롬을 잡아 족쳐야한다 했을 형제들하고도 앙금은 남아있었을 거고.. 여튼 주변 상황이 편치 않은 건 확실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압살롬은 반역을 준비한다. 압살롬이 엄청난 권력의지를 가진 자인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그의 옆에서 욕망을 부추긴 사람(아히도벨) 말에 넘어간건지 어쩐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압살롬은 권력자가 가져야할 자질들은 몇가지 가지고 있었다. 우선 미남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흠잡을데 하나 없는 완벽 미남이었다. 복수심을 가질 줄 알고, 인내할 줄도 안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도록 할 줄도 알고, 아랫 사람을 휘어잡을 줄도 알고, 분노를 폭발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역을 꿈꾸는 그는 일을 막무가내로 하지도 않는다. 차근차근 민심을 얻는 작업부터 들어간다. 



송사 때문에 도성에 드나드는 사람들 만나고 다니면서 위로하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동정해주고, 공감해주고 한다. 그러면서 '아, 내가 재판을 할 힘이 있으면, 참 내가 다 해결해 드릴텐데' 라는 탄식의 말인지, 유세의 말인지도 한다. 한번 낙선한 국회의원이 다음 선거를 위해 지역구에서 민심 다지는 것 같은 모습이다. 그렇다. 공교롭게도 압살롭은 이런 민심 다지기를 4년 했다. 민심다지기에 필요한 시간이 최소 4년인가 보다. 



여튼 이쯤이면 되었다 생각한 압살롬은 정변을 일으켜 권력을 탈취한다. 왕자의 난이다. 이방원에게 밀려서 쫓겨나는 이성계마냥 다윗은 도성을 버리고 도망간다. 많은 신하와 백성들이 다윗을 따라 도성을 빠져나가려는데.. 다윗은 다 데려가지 않는다. 후일을 기약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후궁들을 궁전 지키라면서 남겨둔다. 근데 궁전 지키라는 건 그냥 하는 소리다. 자기도 도망가는 와중에 어떻게 지키나. 그냥 데려가면 걸리적 거리니까, 버려둔거다. 다윗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다윗은 전우들한테는 안 그러는 편인데, 여자들한테는 냉정하다.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다. 성적인 끌림외에는 여자에게 어떤 다른 감정도 갖지 않는다. 후에 반란을 진압하고 수도로 되돌아 와서는 남겨두었던 후궁들을 모두 잡아다가 별실에 가두고 먹을 것만 주고 동침하지 아니하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지내게 했다.(사무엘하 20장 3절) 다윗은 이렇게 여자에게 악질적이고 잔인하다. 다윗은 확실히 여자를 인간 취급하지 않았던 자다.



모세하고 묘하게 그런면에서 대비된다. 모세는 울퉁불퉁한 느낌의 인간인데, 기사도 정신이 있다. 모압으로 도망가 있는 상황, 자기 역시 처지가 곤란한데도, 우물가 여인들이 양아치들에게 희롱당하자 벌떡 일어나 도와주고, 이디오피아 아내를 누나 미리암이 공격하자 되려 미리암을 잡아 족치고.. 아내로 인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릴 때, '그럼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란 식으로 돌파하는 인간이었다. 모세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다윗은 그런 상황이면 버릴 인간이지. 암, 그렇고 말고. 그럴 인간임.. 



그리고 잇대라는 사람도 남아있으라 한다. 너는 외국 망명객인데, 나를 따라다니느라 또 망명생활 할 수 없지 않느냐, 너희 사람들하고 수도에 남아도 해를 입진 않을 거라며, 전우애 넘치는 인정 어린 말을 해준다. 그런데도 잇대는 다윗을 따라 나서길 고집하자, 다윗은 그럼 좋다하고는 으싸으싸 같이 떠난다. 잇대는 이스라엘의 이지란인가 보다. 이성계 형님 따라서라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여진족 귀화인 이지란. 제사장 사독도 언약의 궤를 짊어지고 다윗을 따라나서는데, 훗날을 기약하자면서 도성에 남게 한다. 후새도 다윗을 따라 떠나려하는데, 남아서 정보원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압살롬의 반역을 설계한 사람은 아히도벨이다. 그는 압살롭에게 속전속결을 건의한다. 아히도벨은 일만이천의 정예병을 가지고 추격 급습해서 다윗을 죽이면, 그 부하들은 달아나고 백성들은 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압살롬은 좋은 생각이라면서, 후새 -다윗이 예루살렘에 심어놓은 다윗의 절친-에게 아히도벨의 의견을 어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후새는 다윗과 그 용사들이 얼마나 용감한지 알지 않느냐, 다윗이 군대에 같이 있을 사람이냐, 동굴이나 어디 은신처에 따로 숨어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이스라엘에 전 군을 소집하여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가야 한다, 고 충고한다. 압살롬은 이 말에 혹한다.



지금 수도를 장악한 것은 압살롬이고, 다윗은 간신히 몸만 빠져나간 상황이다. 게다가 압살롬은 전 이스라엘 지파의 지지를 끌어냈고, 민심까지 그의 편이다. 다 끝난 게임이다. 그런데 대군을 소집한다?? 얼핏 그럴싸해보인다. 전 이스라엘의 완전한 동의를 얻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겠다는 것이다. 욕심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걸린다. 



쇳불은 당긴김에 빼야한다. 반드시 그래야한다. 어정쩡하게 굴면 역으로 당한다. 지금 탄핵심판에서도 수세에 몰린 대통령측은 시간벌기 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공정성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나중에 딴 소리 듣지 않겠다는 결벽증과 욕심에 수세에 몰린 자에게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간을 벌었다. 그러니 갑자기 이상한 기운들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압살롬은 민심도 얻었고, 수도도 얻었으며, 모든 이스라엘 지파의 지지도 얻었다. 그런데 마지막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할 때, 멈춰버린다. 질질 끄는 작전에 말려든다. 그리하여 압살롬은 죽는다. 다 이겨놓고, 다 얻어놓고, 마지막 순간에 어정쩡하게 굴다가 실패하고 죽는다...



P.S 아히도벨은 자신의 속전속결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살한다. 자살까지 할 것 있나 싶고, 이해가 안 된다. 순욱이 조조와 사이가 벌어지면서 도시락통 하나 받고 자살하는 것도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뭐,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설계자들만의 뭔가가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