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여호수아 7장 : 아찬 (Achan) 의 공금횡령
R.H.
2010. 2. 19. 02:10
여리고 (Jericho) 를 함락시킨 뒤, 여호수아는 다음 공략지로 벧엘(Bethel) 동편에 있는 아이(Ai) 라는 지역을 목표로 삼고, 먼저 정탐꾼을 보낸다. 정탐꾼들은 돌아와 보고한다. “아이(Ai) 는 인구수가 적은 곳입니다. 많은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어 보이니 이삼천 명만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렇게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패한다.
패전 이후 여호수아는 얼굴은 땅에 파묻고 괴로워한다. 이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신에게 묻는다. 사실 자기 스스로에게 묻고 답한 것이겠지만.. 여튼, 그는 패전의 이유를 찾아낸다. 그것은 전술의 문제도, 병사들의 비겁함도, 혹은 정탐꾼의 잘못된 정보 수집도 아니었다. 뜻밖에도 여호수아는 패전의 이유를 내부 기강 해이에서 찾는다. 다시 여리고 함락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여리고(Jericho) 함락 후, 이스라엘인들은 도시를 파괴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이고, 금은동과 같은 노획물은 국고로 저장한다. (여호수아 6장) 개개인에게 전리품을 나눠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리고 함락은 요단강을 건넌 뒤 첫 성과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앞으로도 계속 가나안에서 전쟁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을 비축해야 한다. 개인에게 전리품을 나눠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어느 공동체든 자기 욕심을 먼저 채우려고 드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아찬(Achan) 이 바로 그런 자다.
여리고 성에서 얻은 모든 재물은 "공금" 으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찬을 이를 몰래 빼돌려 자신의 텐트 밑에 숨겨두었다. 즉, 공금횡령이다. 여호수아는 이런 아찬을 색출해서 엄벌에 처한다. 아찬과 식솔들을 돌로 쳐 죽이고, 불태운 뒤 시체 위에 돌무더기를 쌓아 버린다. 살인, 강도질을 한 것도 아닌데, 심하게 과한 처벌이다.
사실 이러한 강경 처벌이 여호수아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내부 반발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불만 세력이 여호수아를 위협하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자신이 속한 당 사람을 감싸는 것도 마찬가지다. 구린 짓을 한 자가 이뻐서 감싸고 도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지역 기반과 세력이 이탈하여 반대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염려해서 그러는 거다. 옹기종기 모여 고만고만한 권력을 가지고 아웅다웅 하며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아찬을 처벌한다. 그리고 본보기 삼는다. 누구든 공익보다 사익을 먼저 취하려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이스라엘에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이(Ai) 를 공략하여 승리한다. 이 때는 전리품을 개인들에게 배분한다. 공략 전부터, 여호수아는 전리품을 개인이 취해도 좋다고 공언한다. (여호수아 8장 2절**)
공익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사욕을 계속 억누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계속 이것을 강요하면, 결국에는 불만이 겉잡을 수 없이 폭발해버리기 때문이다. 여호수아는 강경한 처벌을 하여 "공익이 우선이다." 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 동시에, "함께 공익을 이룬 뒤에는 사익을 채우게 해주겠다." 는 약속의 메시지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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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may carry off their plunder and livestock for yourselves."(여호수아 8장 2절 중)
한글 성경에는 위 구절을 "거기서 탈취한 물건과 가축은 스스로 취하라." 라고 번역했다. 이건 잘못된 번역이다. 여기서 "스스로 취하라" 는 말은 마치 각자 알아서 쟁취하라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for yourselves 를 [혼자 힘으로, 스스로] 라는 의미의 숙어로 사용한 모양인데, 여기서는 [자기 자신을 위해] 라고 하는 것이 맞다. 즉, "너희 자신을 위해 물건과 가축을 가져도 좋다." 라는 식으로 역해야 한다. 여리고에서 전리품을 개인이 취하지 못하게 한 것과 반대로 이번에 아이(Ai) 에서는 전리품을 개인이 가져도 된다는 의미를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