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민수기 32장 : 쇳불은 당긴 김에

R.H. 2009. 12. 29. 09:14

 


우리로 요단강을 건너지 않게 하소서..   민수기 32장 5절

 

미디안도 격파한 이스라엘, 에돔을 제외한 요단강 동편을 거의 접수한 상황이다. 이때 르우벤과 갓 지파, 그리고 머네셋(Manasseh) 지파 일부가 요단강을 건너지 않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 짐리 무리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 12지파 가운데 3지파가 더 이상 전쟁을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를 죽일 수는 없다. 이에 모세는 정성을 다해 설득한다. (모세는 설득형 리더가 아니다. 설득은 애런이 해주던 일인데... 이제 그는 세상에 없으니 모세가 할 수 밖에)

 

이스라엘 형제가 요단강을 건너 전쟁하는데 너희는 여기에 앉아서 편히 지내겠다는 거냐, 너희 행동이 이스라엘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거다. 예전에 카데쉬(Kadesh) 에서 북진을 미루니까 어찌 되었든? 40년이나 광야에서 텐트치고 살지 않았나. 쇳불도 당긴 김에 빼야 하는 거다..

 

뭐 대충 이런 식의 말을 한다.

 

이에 르우벤과 갓 지파는 요단 동편의 점령지를 자신들에게 주면, 여자와 아이는 이 곳에 남겨두고 자신들은 요단강을 건너 계속 전투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모세는 이를 허락한다.

 

확실히 쇳불은 당긴 김에 빼야 한다. 가나안 일대는 오랜 동안 성벽을 만들고 그곳을 지켜온 나라들이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나온 뒤에 텐트치고 살고, 먹는 것도 부실하고.. 현실적으로 가나안에 진격하는 걸 미루는 게 맞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정복한 땅에서 정착하고, 재정비한 뒤에 가나안으로 진격하는 게 맞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모세는 그러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타당한 선택이었던 위화도 회군을 생각해 보면, 모세의 요단강 건너기 집착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한 번 칼을 집어넣으면 다시 빼기가 귀찮은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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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모세 5경은 끝낼 생각이었는데, 안 되네요. 간단히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나름 열심인 듯. 누가 이런 거 읽는다고.. 여하튼 시작을 했으니 끝내기는 해야겠는데, 어느 천 년에 이 카테고리를 끝낼지... 사실 내가 왜 이걸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 그냥 쓸데없는 취미인 거죠 뭐. 여튼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