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단편집 2권 <겨울 나들이 외,1975~1978>
간단 감상평 남편으로부터 소외된 여자, 아들을 잃은 여자, 그리고 남편을 잃은 여자.. 상실과 고통, 헛헛함의 시간들을 견뎌온 이 세 여자가 손을 맞잡은 순간,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 함께 동행 하기로 한 그 순간...그 아름다운 순간.. 모성애, 부성애, 효심, 부부애 등등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허상, 물거품.그 물거품으로 만들어진 집.. ‘법'이라는 말만 들어도 쪼그라드는 서민들에 대한 스케치. 가난하고 천박하고 억척스러우며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가슴 깊이 사랑한다. ‘빨갱이'라는 마법의 단어. 타인의 삶 산업화 시대의 심청이, 그 강인함에 대하여. 전쟁과 여자 비굴의 시대, 모멸의 시대, 능멸의 시대를 “쌍노메 베치'”라는 욕지기로 돌파하던 그녀... 무식하고 천박하며,..
2018. 8. 9.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1995>
1. 에서 작가는 소극적으로나마 모친살해를 한다. 정신의 탯줄을 끊어낸 것이다. 신화적이다. 에서도 작가는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여러 번 드러낸다. 그런데 나목에서 보여준 한결같은 증오심과는 달리 애증이다. 엄마를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아아, 지겨운 엄마, 영원한 악몽." 이라는 한숨이 엄마에 대한 모든 감정을 요약한다. 어휴.. 엄마란, 참.. 이런 느낌이다. 날 선 감정은 털어낸 것이다. 나목이라는 소설, 즉 상상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뤄낸 것이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나마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붙들려 있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
2017. 2. 27.
박완서 <나목, 1970>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그가 필요해" 엄마는 일상이다. 옥희도는 예술이다. 옥희도의 아내는 아름다움이며, 조는 관능이다. 경이는 일상(엄마)을 증오한다. 예술(옥희도)을 소망하고, 관능(조)을 바래보고, 아름다움(옥희도의 아내)을 사랑한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옥희도라는 남자가 아니라, 예술이다. 그녀는 예술이 필요하다. 회색빛 엄마, 미래를 꿈꾸지 않는 엄마, 현재를 살지 않는 엄마, 과거에 붙들려 있는 엄마,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산다는 식의 엄마. 그리고 지긋지긋한 일상이 있는 고가.. 그녀는 탈출하고 싶다. 탈출해야 한다. 이 죽어버린 집으로부터, 과거로부터, 일상으로부터, 그리고 엄마로부터... 경이는 과거의 엄마를 사랑했다. 생기 넘치는 오빠들과 흐뭇한 미소로 자식들을 바라보는 엄마. 이 ..
2017.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