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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

이청준 단편 소설 <행복원의 예수, 1967> ‘행복원'이라는 고아원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나'는 어느 날 밤 잠을 자다가 몹시 오줌이 마려워 뒷간을 가다가, 고아원의 ‘엄마'가 (’나'에게는 누나뻘인) 우물가에서 목욕하는 모습을 본다. 보려 해서 본 건 아니지만, 어영부영하다가, 오도 가도 못하고, 숨어서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누가 자신을 몰래 지켜보는 줄도 모른 채 목욕하고 있는 저 여자가 ‘나'는 안타깝다. 이건 또 무슨 도덕관념인지.. 그래서 인기척을 일부러 내버리게 되고, 그 순간 이후로 나는 엄마의 눈 밖에 난다. 고아원의 엄마는 매주 일요일이면, 원생 아이 중에 하나를 말끔하게 차려 입혀 교회에 손잡고 가는데, 뭐. 원생 아이들은 딱히 따라가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뭔가 돋보이는 일, 엄마의 특별한 관심을 받는 일인 건 확실.. 2018. 9. 3.
이청준 중단편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별을 기르는 아이> “꿈은 이루어진다!”는 흔한 표어에서 "꿈"이라는 단어는 종종 별 모양으로 대체될 정도로, 꿈과 별은 동일시되는 단어다. 별은 이곳이 아닌 저곳,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꿈 역시 그러하다. 현실에서 너무 멀리 있는 것.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 그렇다면, 꿈을 꾸면 우리는 행복할까. 희망을 품으면 과연 즐거울까? 아니다. 꿈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괴롭다. 척박한 현실을 끊임없이 곱씹어야 하고,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비난해야 한다. 소설 속의 "그" 역시 그러하다. 천체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말 그대로 별을 보는 사람이다. 동시에 그는 꿈을 바라본다. 현실이 아닌 꿈과 희망을 바라본다. 하지만, 별을 보면 볼 수록, 구질구질한 현실이 오히려 돋보일 뿐이다. 그는 힘겨운 .. 2018.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