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단편 <숨은 손가락,1985 > <가해자의 얼굴, 1992>
"자신의 죽음을 고발로 모면"한 동준은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이 더러운 세상이, 이 지옥같은 전쟁이, 끔찍한 이데올로기가 그를 이렇게 몰고 갔다, 악마같은 그들이 덫을 놓고, 그를 함정에 빠뜨렸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이해가는 말이지만, 옳은 말은 아니다. 이해받을 수 있다 하여, 무죄는 아닌 것이다. 내 목숨을 구걸하고자, 타인을 지목한 이 더러운 손가락이 내 몸에 붙어있는 한, 영원히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 역시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고백하지 않는다면, 그 추악한 손가락을 잘라내지 않는다면..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 뿐이다. 북쪽 사람에게도 남쪽 사람에게도 쫓기는 사람. 좌에서도 우에서도 죽이려드는 사람. 그 사람이 소년의 자형 소식을 알려준다면서, 소년의 ..
2016. 8. 30.
편혜영 <선의 법칙, 2015>
양복입는 일에 현혹되어 제3금융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이수호...일확천금이라는 부풀려진 환상에 현혹되어 다단계에 빠진 윤세오, 신하정, 부이.. 수많은 사람들이 양복입고 하는 일에 환상을 갖지만, 그 일들은 사실 하찮고 지저분하며 모욕적인 일이다. 남보기 그럴싸해보이는 일, 다양한 종류의 그럴듯한 사업과 투자 따위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미끼를 던지고, 우리는 말려들어간다. 그 뿐인가. 해외로 이민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냥, 가면 바로 선진국 중산층 시민으로 편입될 수 있는 냥, 선전하는 문구들. 환상들.. 우리 모두는 20대 언저리에서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그들은 우리를 유혹한다. 멋진 일, 멋진 곳이라고, 황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지만 모두 함정이다. 그야말로 "시스템이 부풀려..
2016.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