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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

그래비티 (Gravity, 2013) : 허무의 심연 속에서 많은 부분이 생략된 영화다.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이 우주인이 된 이유와 사명감에 대해 설명이 없다. 그녀가 의사였다는 것, 의료용으로 제작된 스캐닝 시스템을 설치하러 왔다는 것 같은 간단한 사실만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칠 뿐이다. 그런데 우주 전문 인력이 아닌 그녀가 패널 하나 설치하기 위해, 그 엄청난 우주인 훈련 과정을 굳이 거쳐서 우주까지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그녀가 하는 작업을 보면, 드라이버질만(?) 잘 하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이제부터는 감상자의 상상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지극히 단조롭고, 지루하다. 지상에서의 그녀 삶이 그랬을 것이다. 지극히 단조롭고 지루한 삶. 평온해 보이는 일상.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 내부는 슬픔과 고통으로 시끄럽게 아우성쳤을 것이다... 2016. 4. 25.
아이 엠 러브 (I Am Love, 2009) - 나는 사랑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그것은 질서이고 도시이고 문명이다. 문명의 도시 밀라노 그 한가운데 자리잡은 질서 가득한 재벌 가족. 그들은 가족 모임에서조차 누가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 정확한 위치를 정한다. 그 집 한 가운데 엠마(틸다 스위튼) 가 있다. 그녀는 남편이 러시아에 미술품 수집을 위해 방문했을 때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남편은 그녀에게 엠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다. 그녀는 남편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수집품이다. 하지만 엠마가 자기 생활에 별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흔해빠진 부잣집 마나님의 권태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틀에 박힌 듯한 삶이지만, 그것에 숨막혀하거나 진저리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왜 그녀는 질서 속에서 탈출하고자 했을까. 간간히 드러나는 남편의 러시아적인 것에 대한 경멸.. 2016.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