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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중단편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별을 기르는 아이> “꿈은 이루어진다!”는 흔한 표어에서 "꿈"이라는 단어는 종종 별 모양으로 대체될 정도로, 꿈과 별은 동일시되는 단어다. 별은 이곳이 아닌 저곳,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꿈 역시 그러하다. 현실에서 너무 멀리 있는 것.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 그렇다면, 꿈을 꾸면 우리는 행복할까. 희망을 품으면 과연 즐거울까? 아니다. 꿈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우리는 괴롭다. 척박한 현실을 끊임없이 곱씹어야 하고,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비난해야 한다. 소설 속의 "그" 역시 그러하다. 천체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말 그대로 별을 보는 사람이다. 동시에 그는 꿈을 바라본다. 현실이 아닌 꿈과 희망을 바라본다. 하지만, 별을 보면 볼 수록, 구질구질한 현실이 오히려 돋보일 뿐이다. 그는 힘겨운 .. 2018. 9. 2.
박완서 단편집 2권 <겨울 나들이 외,1975~1978> 간단 감상평 남편으로부터 소외된 여자, 아들을 잃은 여자, 그리고 남편을 잃은 여자.. 상실과 고통, 헛헛함의 시간들을 견뎌온 이 세 여자가 손을 맞잡은 순간, 서로를 위로하는 순간, 함께 동행 하기로 한 그 순간...그 아름다운 순간.. 모성애, 부성애, 효심, 부부애 등등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허상, 물거품.그 물거품으로 만들어진 집.. ‘법'이라는 말만 들어도 쪼그라드는 서민들에 대한 스케치. 가난하고 천박하고 억척스러우며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가슴 깊이 사랑한다. ‘빨갱이'라는 마법의 단어. 타인의 삶 산업화 시대의 심청이, 그 강인함에 대하여. 전쟁과 여자 비굴의 시대, 모멸의 시대, 능멸의 시대를 “쌍노메 베치'”라는 욕지기로 돌파하던 그녀... 무식하고 천박하며,.. 2018. 8. 9.
박완서 단편 <배반의 여름,1976> 어린 여동생의 익사를 경험한 '나'는 물이 무섭다. 이 사고 이후 부모님은 ‘나'에게 수영을 가르치려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나'는 물을 거부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풀장에 집어넣는다. 나는 허우적거린다. 버둥거린다. 그러다 순간 알아챈다. 발이 땅에 닿고, 물은 가슴팍밖에 오지 않는다는 걸... 물이 나를 배반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물이 무섭지 않다. 아버지는 ‘낄낄낄' 웃는다. 초등학생이 된 나에게 아버지는 태산 같은 존재다. 화려한 술 장식과 황금빛 단추가 달린 멋진 제복을 입고 출근하는 아버지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크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가장 단단한 사람이고, 가장 근사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직장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 2018. 8. 8.
박완서 단편 소설 <저렇게나 많이!,1975> 대학 졸업 후 부잣집에 장가가길 바라는 남자와 부잣집에 시집가길 바라는 여자.. 애인 사이였던 이 둘은 서로의 욕망을 잘 이해했기에 쿨하게 헤어진다. 그리고 어느덧 7년의 시간이 흘러 흘러, 우연히 길에서 만난 이들.. 남자는 ‘다방에나' 가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남자는 코 앞에 있는 다방을 놔두고 먼 길 돌아 돌아 초라한 다방으로 들어서는데...다방 마담과 아가씨는 이 남자를 보자 반색 하며, 말 끝마다 ‘사장님, 사장님'하며 아양을 떤다. 남자가 자신을 과시할 만한 장소로 일부로 이 곳까지 끌고 온 것이다. 졸업 후 만난 대학 동기, 그것도 한 때 연인이였던 사이.. '질 수 없다'가 기본 감정인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원했던 부잣집 귀부인이 되질 못 했다. 어디 그게 말처럼 .. 2018. 8. 7.
아멜리 노통브 <머큐리, 1998> 외부와 차단된 외딴섬의 거울 없는 저택.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에게 말한다. 너의 얼굴은 추하게 일그러졌다고, 나는 너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보호해준다고. 너의 추함과 못남을 알지만, 너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이 거대한 속임수와 억압의 목격자인 프랑수와즈는 젊은 여자를 섬에서 탈출시키려 하지만 늙은 남자에게 계획이 발각되어 섬에 감금되고 만다. “그는 제 아버지예요” 이 섬에 감금된 첫날 밤,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이 첫날밤에 프랑수아즈는 이상하게도 스르륵 잠이 들어버리고는, 이 섬에선 끊임없이 졸리다고 불평한다. 이것은 이 섬이 이야기로 만들어진 집이기 때문이다. 상징으로 지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섬은 늙은 남자(선장)가 만든 에덴동산이고, 선장은 이 섬의 주인이자, 신이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2018. 7. 1.
도스또예프스끼 <백야, 1848> “사람들이 노란색으로 칠하고 있어요!” 8년 동안이나 친한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이 뻬쩨르부르그라에 홀로 살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은 몽상가다. 그는 도시 속의 무인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의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배구 공을 윌슨이라 명명하며, 친구 삼아 살 듯이, 우리의 주인공에게 건물은 친구다. 건물이 인사하고, 노란색으로 새로 페인트 칠 한 건물이 자신을 향해 고통을 하소연한다고 들릴 지경이니..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하얀 밤이 시작되다... 꿈을 꾸다... 운하 제방을 걷던 어느 백야의 날에, 그는 난간에 기대선 어느 아름다운 여자를 본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여자다. 그녀에게 시선이 자꾸만 간다. 그녀도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 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찝쩍거리는 어느.. 2018.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