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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3-5 The Cost of Living : 신이 우리에게 회개를 요구하는 이유

by R.H. 2009. 8. 25.

 

<스포일러 주의>

 

섬 밖에서의 이야기

 

배고파하는 동생을 위해 교회 창고 자물쇠를 부수고, 과자를 꺼내 동생에게 건네는 에코. 이런 에코에게 회개하라고 수녀님은 윽박지르고, 어린 에코는 마지 못해 고해실로 들어간다. 동생을 대신해 사람을 죽인 에코는 이후 폭력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마약을 운반하기 위해 신부로 가장한 그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동생을 잃고, 얼떨결에 신부 노릇을 하게 된다.

   

그가 신부 행세를 하는 교회에 나타난 폭력배들. 그들은 교회가 유엔에서 받는 백신을 강탈해 암시장에 고가에 파는 일을 한다. 이 사실을 안 에코는 자신이 직접 백신을 암시장에 넘기고 그 곳을 떠나려 한다. 그런데 에코의 밀거래 시도를 안 폭력배들이 교회에 들이 닥치고, 에코를 해하려 한다. 그들은 에코에 이전에 어떤 인간이었는지 몰랐다. 에코는 그들을 가차없이 몰살한다.

  

섬 안에서의 이야기

 

동생 야미의 환영과 검은 연기의 모습에 넋을 잃은 에코는 숲 속을 헤매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이르러 동생을 마주한다. 준비되었느냐는 동생의 말에 그렇다고 답하는 에코. 이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용서를 구하지 않겠습니다. 신부님. 난 죄를 짓지 않았으니까요. 단지 살아남기 위해 그랬던 겁니다. 어느 소년이 저에게 물은 적이 있지요. 내가 나쁜 사람이냐고. 지금 그 소년의 질문에 답을 하라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내 동생을 위해 사람을 죽였다고, 그리고 그 일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난 자랑스러워요. 내가 삶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삶을 받았습니다. 그 삶 속에서 난 최선을 다한겁니다."

 

그런데 에코의 말을 다 들은 예미는 " 넌 마치 네 동생에게 말하듯이 말하는 구나." 라고 말하고는 사라진다.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리고 에코는 검은 연기에 휘둘리다가 최후를 맞는다.

 

에코가 어린 시절 저지른 도둑질, 살인, 폭력. 그는 동생을 위해, 살기 위해 그랬다. 그리고 그는 섬 밖에서 벌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삶을 전환 할 기회를 얻었다. 신부가 되고, 더 나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지독한 가난과 절망 속에서 그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최선은 폭력세계에 몸담는 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가 저질렀던 죄악들에 대해 신은 오랜 기간 이해해 주었다.

 

그러나 이해 받는 행동이라고 해서 옳은 행동이라고 인정 받을 수는 없다. 또한 그의 말대로 동생을 하기 위해 한 일이라는 게 사실일지라도, 그가 말한 대로 그것이 최선은 아니었다.

 

왜 신은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하는가?

 

신은 오랜 시간 에코의 어긋난 행동들을 인내하고 지켜보았다.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해 벌을 내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에게 원한 것은 단지 반성하는 자세였다. 왜 신은 우리에게 반성을 요구하는가? 

 

인간은 누구나 잘못된 행동을 한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자세이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인간으로의 발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계속해서 합리화하기만 한다면, 자신이 머무른 자리에서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없다면, 더 나은 세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신이 살고 있는 더 나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 회개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 단점, 결함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다. 이 고통을 극복해야만 인간이라는 굴레를 벗어 날 수 있다.

 

섬에서의 인간 군상들 모두는 에코처럼 섬 밖에서 죄를 짓거나 성격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섬에서 자신들의 부족함을 하나씩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에코는 그 극복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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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섬에서 지도자적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에코의 예에서 보듯이 자기반성과 비판의 겸허한 자세를 갖추지 못한 자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설령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다 하더라도 에코처럼 결국에는 내쳐진다. 계속해서 남 탓만 하는 소인배가 대중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가는 선각자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남 탓만 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본인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에코처럼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라고 합리화시키거나 " 자랑스럽다." 라고 자화자찬 한다면 본인만이 아니라 공동체 사회의 진전을 가로막거나 혹은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