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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2시즌 4에피~8에피

by R.H. 2009. 8. 24.

<강력 스포일러 주의>

  

 

로스트 2-4 Everybody Hates Hugo : 타인의 행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최초 작성일 2008-10-02

 

섬 밖에서 복권에 당첨된 헐리

 

치킨 가게에서 일하는 평범한 삶을 사는 헐리에게 갑작스레 찾아 온 행운. 그런데 그는 당첨된 복권 용지를 슬그머니 감춘다. 조잡스럽게 구는 치킨 가게 점장의 말에 헐리는 일을 관둔다며 박차고 나와 버렸다. 그런 그를 따라 나온 친구와 함께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죽이 맞는 친구와 함께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 같다.

 

섬 안에서 식품저장고 관리를 하게 된 헐리 

 

섬에서 해치 안에 뭐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직 모른다다. 그리고 헐리는 해치 안의 식품 저장고를 관리하게 된다. 척박한 무인도에서 먹을 것이 가득한 곳을 담당한다는 것은 복권 당첨에 못지 않은 행운이다. 그런데 헐리는 불안하고 불편해 보인다. 케이트는 거리낌없이 샴푸를 쓱 꺼내가고, 해치 안에 뭐가 있냐고 꼬치꼬치 물어본 찰리는 땅콩 버터 한 병 달라고 한다. 그리고 헐리가 안 된다고 말하자 버럭 화를 낸다. 이제 헐리는 난데없이 식료품 저장실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버리겠다고 하고 있다.

 

 

  

타인의 행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섬 밖에서 헐리와 그의 친구가 끝내주는 하루를 보내고 들른 주유소. 헐리의 복권 당첨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친구. 그의 표정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헐리는 말한다.

 

“사람들은 화를 내고 묻기 시작해. 왜 휴고가 모든 것을 가지는데? 왜 휴고가 결정하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거야?”

 

가장 가까운 친구의 행운에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표정이 돌변한 저 친구를 욕할 수는 없다. 나 역시도 저런 상황이라면 쓰린 속을 달랠 테니까. 타인의 행운에 웃는다면, 그것은 가식일 확률이 더 높을 테니까. 누군가가 많이 가질수록 그 사람을 질투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그 사람에게 무언가 할 것을 요구한다. 헐리는 모든 것을 가졌기에 모두가 질투하고 미워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에피의 제목은 "모두가 휴고를 미워해"   

 

로스트 2-6 Abandoned  싸가지 쉐넌 보듬기 :  최초 작성일 2008-10-02 15:14:37


 

로스트의 파일럿부터 비호감 캐릭터였던 쉐넌. 비행기 추락 이후,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그녀는 비키니 입고 일광욕 하신다. 이 무슨...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그녀의 짜증, 불평, 징징댐들. 그러나 분의 죽음 이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한다. 이제 이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섬 밖으로 플래쉬 백. 쉐넌의 아버지는 교통 사고로 급작스레 사망한다.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새엄마는 아버지가 쉐넌 몫으로 남긴 유산은 없다고 매몰차게 말한다. 18살 나이에 쉐넌은 졸지에 알거지가 되고, 누구 하나 도와 줄 사람도 없다. 그녀가 기댄 아버지는 죽고, 이복 남매인 분은 어머니가 제안한 일을 하러 떠나려 한다. 그녀의 옆에는 돈도, 사람도 없다. 소제목처럼 완전한 Abandoned 이다. 쉐넌은 말한다.
 

"They think that I'm some kind of joke. They think I'm worthless."
[사람들은 날 생각 없는 애로 여겨요. 그들은 내가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고요.]

 

그리고 섬에서 만난 사랑인 사이드에게 말한다. "당신도 떠날 거잖아요."

 

섬 밖에서 사람들은 그녀가 뭔가를 해낼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모두 떠나 버렸다. 그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녀를 믿어줄 사람이다.

 

"Why don't you believe me? I need you to believe me."

 

섬에서 월트의 환영을 본 쉐넌. 그러나 사이드조차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사이드의 눈에도 월트의 환영이 보이고, 그가 잠시 넋 나간 사이 월트를 쫓아간 쉐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한 발의 총성. 이미 늦었다. 사이드가 달려 갔을 땐 어느 낯선 여자가 세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후다.

 

로스트가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로스트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결점 투성이다. 찌질이, 못난이, 사기꾼, 살인자, 바람난 유부녀, 거짓말 쟁이, 마약 중독자, 친자식을 버리려 했던 미혼모, 싸가지 등등. 이런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보여주면서 그들의 결점을 시청자들에게 이해 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의 결점들이다.

 

쉐넌의 싸가지 없고, 불평만 해대는 행동들. 그러나 그녀의 상처 난 과거 이야기를 보면서 그녀의 밉상 행동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해와 동정을 받자마자 죽는 건 뭐밍? 이제와 보니 쉐넌 미인이심.

 

 

 

로스트 2-8 Collision (aka Old Habits) : 반복되는 실수       2008-10-03 10:16:50

 

 

이번 에피는 도끼눈을 상시로 뜨고 있는 아나루시아의 이야기다. 이 독재자 같은 여자는 도대체 섬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인 그녀는 강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어느 날 밤, 상점에서 뛰어 나오는 청년을 향해 총을 겨눈다. 그 청년은 그녀에게 자신은 도둑이 아니고 학생이라며, 신분증을 꺼내려 든다. 그런데 그가 꺼낸 것은 신분증이 아니라 총이었고, 그로 인해 그의 동료가 해를 입고, 아나루시아는 졸도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때 아나루시아는 유산을 한다. 그녀의 판단 미스, 실수가 상황을 어지럽혔다. 그녀는 다짐했을 것이다. 다시는 실수 하지 않을 거라고, 다시는 주저하지 않을 거라고...

 

이제 섬에서의 이야기. 섬 반대편의 또 다른 오세아닉 생존자들이 잭과 로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 여정의 끄트머리에서 순식간에 한 생존자가 사라지고, 숲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패닉에 빠진다. 그리고 월트의 환영을 따라 숲 속에서 갑작스레 뛰어나온 쉐넌. 아나루시아는 섬 밖에서처럼 실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이번에도 판단 미스다.

 

아나루시아 역시 호감 가는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저 상황에서 누군들 총을 빼어 들지 않을까? 내 목숨이, 내가 이끄는 일행의 목숨이 달려 있는 극한 상황. 극한 상황에서 도덕과 윤리, 심사 숙고 따위의 단어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는 내 목숨 하나 붙드는 것도 버겁다. 그녀가 실수한 게 분명하지만, 그녀를 마냥 비난만 할 수는 없을 듯하다.